전골 맛집5
43년 전통의 칼칼하고 진한 육수의 '닭전골', <황평집>
서울시 중구 인현동 신성상가 근처에 위치한 <황평집>은 43년 전통의 닭곰탕전문점이다. 평안도 출신의 시어머니에 이어 며느리인 현혜경 씨가 2대째 이어가고 있는 이집은 점심에는 닭곰탕(6000원, 특대 7000원)을 저녁에는 닭전골(2만원, 특대 2만5000원)을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
<황평집>은 매일 아침 손질한 닭 50마리가량을 통째로 삶아 육수를 낸다. 담백한 국물에 밥 한 그릇 뚝딱 말아먹기에는 닭곰탕이 좋지만, 술안주로는 닭전골이 제격이다. 서너 시간 푹 끓인 닭육수를 베이스로 닭고기와 감자, 팽이버섯, 떡사리, 대파를 푸짐하게 넣어 낸다. 매콤한 다데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얼큰하면서도 개운하고 잡냄새가 없다. 닭육수 본연의 구수한 풍미가 잘 살면서도 칼칼하고 진한 국물 맛에 주당이라면 소주 서너 병은 너끈히 비울만하다.
무엇보다 주인아주머니의 인심이 좋다. 방문한 날에도 건더기와 국물을 먹고 난 후 냄비 바닥이 보이기 시작하자 다시 육수를 넣고 팔팔 끓여 서비스했다.
반찬은 잘 익은 깍두기와 마늘종무침, 부추무침이 전부다. 가짓수가 많지는 않지만 매콤한 양념에 잘 버무려 밥반찬으로 괜찮다.
주소 서울시 중구 인현동 135-13 전화 (02)2266-6875 영업시간 10:00~22:00
구수한 된장국물과 수제만두의 하모니 '토장만두전골',<다락정>
서울 삼청동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오래된 건물 중 하나가 <다락정>이다. 1991년부터 지금까지 한 자리에서만 만두전골을 판매하고 있는 집이다.
대표메뉴는 토장만두전골과 김치만두전골(각각 1인 기준 1만원)으로 처음 방문할 시엔 담백하게 우러나는 된장베이스 육수의 토장만두전골을 맛보는 게 좋겠다.
소고기 양지 부위를 넣고 4시간 이상 끓인 육수에 된장을 넣어 밑 국물을 냈다는 점이 포인트. 어릴 적 엄마가 해주시던 심심한 배추된장국의 맛과 흡사하다. 여기에 큼지막한 유부와 만두, 두부, 팽이버섯, 데친 배추, 애호박, 바지락, 미더덕 등이 속재료로 푸짐하게 들어간다. 만두는 직접 빚어 만든 수제만두를 사용한다. 배추와 양파 등의 채소와 다진 고기를 매콤한 양념에 버무려 속도 직접 만든다.
된장국의 구수한 맛과 바지락, 미더덕 등 해산물의 시원한 맛의 밸런스가 잘 맞다. 무엇보다 반으로 뎅강 잘랐을 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매콤한 맛의 수제만두 맛이 좋다. 일품수제만두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술안주로 먹기에는 만두 속의 매콤한 맛이 심심한 된장국과 잘 어우러진다. 한창 바쁠 식사 시간 이후에 방문했는데도 만두전골을 맛보러 온 손님이 가득하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127-3 전화 02-725-1697 영업시간 11:00~22:00
면발과 육수 모두 죽여주는 '스키야키우동정식', <만강>
일부 중노년층에게 스키야키는 추억의 음식이다. 간장베이스 양념에 슬라이스한 소고기와 각종 신선한 채소를 즉석에서 조리거나 끓여먹는 것으로, 일본식 간장 특유의 달착지근한 양념 맛이 특징이다.
스키야키와 면을 모두 선호한다면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스키야키전문점 <만강>의 스키야키우동정식(9000원)이 부담 없는 식사나 간단한 술안주로 무난할 것이다. 아무래도 면식(麵食)이라 남성보다는 여성동지들이 더 좋아할 것 같다.
홍합으로 우려낸 육수에 일본식 간장양념이 들어가 특유의 진하고 짭짤한 풍미가 돈다. 여기에 사누키우동면과 표고버섯, 팽이버섯, 쑥갓을 고명으로 올린다. 육수의 깊은 맛을 살리면서 푸짐함을 더하기 위해 1++등급의 한우 설깃 부위를 슬라이스한 후 살짝 조려서 넣는다. 간사이풍(關西風) 현지식의 스키야키를 내는 집인 만큼 육수 맛이 제대로다.
면이 좋다. 부드럽기보다는 쫄깃하고 탱탱하다. 식감이 살아있다. 일반 우동과 다르게 '즉석'에서 '전골'처럼 끓여먹는다는 부분도 매력적이다. 여기에 추가로 제공되는 유부초밥 두 피스는 면을 먹고 난 후 밥이 아쉬운 이들에겐 고마운 서비스 품목.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의 수다가 길어져 개인접시에 면을 담아놓고는 시간을 보내버렸다. 조금 식기는 했으나 면이 퍼지거나 무르지 않고 여전히 탱글탱글하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분위기에서 사케나 생맥주 한잔이면 족하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대치4동 891-47 전화 (02)557-5064
영업시간 10:00~22:00(브레이크타임 14:30~17:00)
매콤하면서 마일드한 '한우곱창전골' 소주 안주로 그만이요! <양대명가>
한국 사람은 곱창, 대창, 막창 등과 같은 부산물 부위에 대한 선호가 높은 편이다.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 신사역 부근의 양대창전문점 <양대명가>에서는 양과 곱창, 각종 채소를 푸짐하게 넣은 한우곱창전골(1인 1만8000원)을 제공한다.
<양대명가>의 곱창전골은 마일드한 맛이 특징이다. 보통 '전골'하면 칼칼하고 매운 맛을 연상하는데 이집은 깊고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대표적이다. 한국식 특유의 칼칼한 맛에 일본 후쿠오카의 명물 모츠나베의 마일드한 맛이 가미된 느낌이다.
아무래도 사골육수를 사용하기 때문인 것 같다. 7~8시간 우려낸 사골육수에 미리 만들어놓은 양념과 곱창 부위의 기름기가 적절히 섞여 부드러운 맛이 잘 사는 것이다. 또한 배추와 무를 푸짐하게 넣어 달착지근하면서도 시원한 맛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우동사리도 들어가 '양'으로 승부하는 건장한 남자 손님도 배가 넉넉하게 부를 만큼의 푸짐한 양이다.
술 한잔하기 좋은 메뉴지만, 마지막에 공깃밥도 주문해서 전골과 함께 먹어보라고 꼭 권하고 싶다. 철원오대쌀로 지은 밥인데 차지고 쫀득한 밥맛이 일품이다. 이날 동행했던 지인은 밥 두 공기를 깨끗이 비웠다. 요즘 들어 접하기 힘들어진 곱창전골의 풍미를 제대로 구현하는 드문 식당이다.
주소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 14-14 전화 (02)3448-9292 영업시간 10:00~23:00
부산 깡통시장에서 맛봤던 '할매표' 유부전골을 서울에서도… <유부보따리>
부산 깡통시장에 '부산깡통골목할매유부전골'이라는 이름난 유부전골집이 있다. 메뉴라고는 '유부전골(3000원)'이 전부다. 도톰한 유부 안에 당면과 당근, 부추, 다진 고기, 양파를 채워 넣고 미나리로 묶어 어묵, 어묵국물과 함께 푸짐하게 내는 방식이다. 깡통시장의 유부전골은 1988년부터 지금까지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가산디지털단지역 부근의 <유부보따리>에서는 부산 깡통시장 할매표 유부전골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유부보따리(5000원)를 비롯해 각종 수제돈가스와 다양한 식사메뉴를 제공하고, 저녁에는 특선모둠오뎅탕(9000원, 특대 1만5000원)을 포함, 신선한 식재료로 즉석에서 만드는 수제 요리를 중심으로 막걸리바 콘셉트로 운영한다.
특선모둠오뎅탕은 할매표 유부전골에서 어묵양을 더욱 푸짐하게 늘린 것이다. 일반 그릇 대신 큰 냄비에 유부보따리와 어묵꼬치, 곤약, 메추리알 등을 국물과 함께 푸짐하게 담아 즉석에서 자잘하게 끓여먹도록 되어있다. 9000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양이 상당히 푸짐한 편이다. 멸치다시마 육수를 기본으로 하고 어묵과 유부의 짭짤한 풍미가 국물에 배어 술안주로 좋다.
유부보따리는 직원이 즉석에서 가위로 절반을 뎅강 잘라준다.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당면과 각종 채소들이 국물 안에서 퍼진다. 부산에서 직접 만든 것을 매일 공급받는다. 탱글탱글하게 씹히는 당면도 고소하지만 어묵국물이 흥건히 밴 유부도 별미다. 좀 더 칼칼한 맛을 원하면 '매운맛으로 달라'고 주문하면 된다. 청양고추과 고춧가루를 넣어 맵고 개운한 맛이 특징이다.
Tip 술손님에게는 매일 손바닥 크기만한 미니도시락을 서비스한다. 방문한 날은 충무김밥이 들어있었지만 이 깜찍한 메뉴는 매일 바뀐다고 한다.
주소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371-6 전화 (02)855-8255 영업시간 11:30~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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